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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과정이 주는 이름의 무게는 본인 혹은 가까운 사람이 이 과정을 겪고 있거나, 겪지 않았다면 잘 모를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어 그저 부러운 사람들이거나, 또다른 누군가에게는 어떻게 그 긴 기간을 공부하는 지 생각만 해도 답답해서 오히려 대단해 보이는 그런 사람들 일수도 있을 것이다. 나도 그 이름의 무게는 과정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전혀 몰랐다. 석사 때 했던 습작들. 겁 없기에 용감했고 그래서 운 좋게 좋은 결과를 얻었던 연구들이 재미있었고, 그것들이 나의 능력이 아닌 여러 외부적 요인 (예> 지도교수님의 능력)으로 되었다는 것을 그때는 미처 모르고, 주변에서 해주는 칭찬에 우쭐해서 나는 연구를 잘 한다고 생각했었다. 연구하니 덤으로 따라오는 학회 참가와 해외 경험들도 너무 좋았고 그래서 박사 진학을 결정했다. 


박사과정의 시작도 나쁘지 않았다. 석사 취득과 동시에 카타르로 인턴십을 나오게 되었고, 서툰 영어때문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지만 즐거웠었다. 그리고 6개월 뒤 귀국을 하게 되었고 진짜 박사과정은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카타르에서 진행했던 프로젝트는 논문 제출하는 곳 마다 거절되었고, 나의 자존감은 급하락 하였다. 한동안 실적이 안 나오다 보니 점점 다운되고, 악으로 깡으로 실험하고 논문을 고쳐서 결국 좋은 학회에 억셉이 되었지만 그 과정에 너무 질려 연구가 싫어졌다. 마침 그때 가게 되었던 회사 인턴십은 오히려 너무 재미있었고, 외롭게 싸워야 하는 연구와 다르게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감하며 일할수 있고, 내가 한 일이 직접적으로 회사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무엇보다 그곳에서도 인정받으며 잘 할수 있다는 생각에 박사과정에 대한 회의감은 더 커져갔다. 


그 이후 6개월은 심정적으로 정말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 연구 분야에 대한 회의감도 들고, 인턴을 잠깐 해보니 대안이라 할 수 있는 회사 생활은 이전 생각과는 다르게 잘 맞는 것 같고, 답은 안 나오는데 가슴은 답답한 시간들만 계속 흘러갔다. 그리고 그때 오랫동안 만나온 소중한 사람과 결혼을 준비하게 되면서 이렇게 학생으로 있는게 맞는 것인지 나가서 뭐라도 하면서 돈을 벌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도 고민했었고, 어떤 것이 나 자신이 아닌 우리에게 좋을 지에 대해도 많이 고민하게 되었다. 결국 연구가 싫었을 때도 있었지만 좋았던 때도 많았었고 해온게 있으니 힘들더라도 박사과정까지는 어떻게든 끝내야겠다고 결심했다.


신선한 자극이 필요했기에 다시 카타르 QCRI로 인턴을 나오게 되었다. 저번에는 혼자였지만 이번에는 아내와 함께하게 되었고 벌써 온 지 1달이나 지났다. 익숙하지만 사람들도 많이 바뀌었고 연구소도 새로운 장소로 이동하였다. 이곳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잘하는 사람들 속에서 일하게 되니, 자극받고 불타오르는 느낌이다. 연구도 다시 재미있어진다. 미래는 알 수 없지만 연구를 계속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도 조심스레 든다. 앞으로 5개월 가량 더 남았는데, 아내에게도 좋은 경험 많이 시켜주고 싶고, 즐기며 연구하다 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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